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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인 조정인님 - 그
이 름 별신굿 탈놀이
등록일 03-10-25 12:10 조회수 9,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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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서울 출생
1998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조 정 인

1
그.와 그의 이미지. 사이에는 쓸쓸함이라는 벌판이 있네
돌연 여자의 복판에 허공이 뚫리더니 벌판으로 가 걸리었네
여자에게서 뉘엿뉘엿 하늘이 비쳤던가 찌르래기 울음소리 들렸던가
그의 이미지.는 여자가 사는 집이 되었네 린넨천으로 된 낡고 부드러운 집
여자가 그곳에서 일용하는 양식은 햇살과 그늘 조금
그것은 다른 벌레들이 쓰는 만큼이면 족했네
쥐며느리가 등허리에 오소소 햇살을 받고 마루틈새를 기어가네
아휴, 귀여운 것 하마터면 손바닥에 받쳐 젖무덤사이에 넣을 뻔 했지

지붕 위로 키 큰 해가 서뿐 내려와 안마당을 거쳐 곧장 안채로 들어섰네
해가 만지는 모든 것은 햇살이 되어 반짝이고 지즐대기 시작했네
그.라고 여자가 입을 열자 피아노가 난 본시 들판의 바람이었다구, 라며 중얼중얼 울었고
수돗물이 떡갈나무 잎사귀에 뛰어내린 최초의 빗방울은 나였다구, 라며 우쭐대기 시작했네
깔깔대며 향나무숲으로 내달리는 4B연필을 불러 세웠지 거기 서!
여자가 머리채를 틀어 올려 은세공품 빗핀을 반달처럼 걸었네

벌판 끝에선 그.가 쓰는 치약냄새가 나고 햇살의 모포에 싸인 집이 아련아련 기어가네

2
빛과 소리는 그늘로 가 지난날이 되고싶네 그늘은 추억이 움트기 좋은 모판

집이 우물처럼 깊었네 우물 안은 모짜르트가 가득 차 오르네
집의 눈이란 눈에는 그늘이 고이네 집은 그늘에 잠긴 자귀꽃이 되었네
그늘은 사위를 적시고 벌판으로 흘러가네 쓸쓸한 순례
그늘이 적시고 간 모든 것은 그늘이 되네 풀포기라는 이름의 나무라는 이름의 그늘
집 앞 전나무 꼭대기에 저녁새, 라는 그늘이 날아 앉네
저녁새가 그의 이미지. 웅덩이에 들어앉아 알을 품는 여자를 내려다보네 봉인된 그.
그.와 교신이 안 되네 저녁이란 미궁 쪽으로 여자의 어깨가 사르륵사르륵 허물어지네
그곳은 모든 사산된 시간들이 흘러가는 곳 혹 시간의 사금들이 쌓여있는 곳?

여자가 풀씨를 털 듯 치마를 털고 일어서 방마다 전등을 켜네
어둠 속으로 텀벙 불빛 떨어지는 소리 화아 풀씨가 꽃 여는 소리
여자의 미세한 움직임 소매 끝에서 쩔렁쩔렁 열쇠소리 들리는 그 집은 한 그루 사과나무
추억 두 볼이 발갛네    

지평 위 집들이 앉거나 서거나
제각기 다른 이름의 추억이 싹 튼 창문을 이고 가물가물 떠 가네  
벌판 끝에서 울음 짧은 아이처럼 전화벨이 울리다 그치네

                                               -{문예중앙}(1999.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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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eka님의 댓글

Asheka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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